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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집 떠나와 열차타고

by 묘운 작가 2023.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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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제목: “집 떠나와 열차타고

날짜: 2023년 9월 28일

주인공 소개:

  • 이름: 한재동
  • 나이: 21세
  • 가족: 어머니와 아버지
  • 취미: 운동
  • 소원: 가족 모두의 창창한 미래

 

일기 내용:

 

눈을 떠보니 아침 7시,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가 와버렸다. 앞으로 많이 그리울 내 방 천장을 슬며시 바라보며 한참을 그냥 누워있었다. 내 나이 21살, 바로 내일이 나의 입대 날이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반드시 다녀와야 할 군대를 가게되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느낌도, 걱정도 들지 않았던 나이지만 어느새 입대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왠지 모를 실감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이불을 정리하고 거실로 나가보니 부엌에는 어머니가 이른 아침부터 맛있는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 솔솔 풍기는 고소한 된장찌개의 냄새와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고기들, 이제는 하루하루가 갈수록 그리워질 집밥이다. 그렇게 어머니는 어서 자리에 앉으라며 식탁에 맛있는 반찬과 음식을 차려주셨다. "내일부터는 맘껏 못 먹으니 많이 먹어라." 어머니는 무심코 한마디를 내뱉으시곤 식탁 위에 반찬을 하나씩 추가하셨다. 가끔은 집밥이 지겨울 때도 있었지만 앞으로 많이 못 먹을 것이라 생각하니 젓가락질이 한없이 바빠졌다. 이상하리만큼 꿀맛이었던 아침밥이었다.

 

그렇게 한가한 오전 시간을 보낸 후 오후가 되었다. 보통 다른 남자들은 입대 전날에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 단지 가족과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같이 보내고 싶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나와 어머니는 거실에 앉아 여유롭게 TV를 시청하였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거 같았지만서도 나에게는 나름 어머니와 보내는 최고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당연하기만 했던 일상들이 왠지 정말 그리워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머니 역시 조금은 느끼셨는지 중간중간에 한마디씩 말을 거셨다. "가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훈련 열심히 하려면 밥 꼬박꼬박 주는 만큼 잘 챙겨먹고..". 힘없이 툭툭 내뱉으시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섞여 있었다. 평소에 다른 어머니들과는 달리 꽤나 무뚝뚝한 편이신 우리 어머니도 아들이 걱정되기는 하셨나 보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나는 주변 미용실에 갈 준비를 하였다. 입대 전날인 만큼 삭발을 하기 위해서였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삭발을 해보지 않았던 나는 괜스 내 모습이 어떨지 기대도 되면서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기대에 부푼 마음을 이끌고 미용실에 향했다. 미용사는 삭발을 해주면서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었다. 위로받을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미용사 입장에선 달리 할 말이 없었겠다 싶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길었던 머리카락들은 한 줌 한 줌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그제서야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의 깨끗해진 머리를 바라볼수록 군대에 들어가 있는 나의 모습이 연상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났을까, 나의 머리는 드디어 진정한 감자 머리가 되었다. 내 머리가 이토록이나 반듯했었나 싶을 정도로 내 짧은 머리카락은 위로 솟구쳐 있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삭발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자, 어머니는 함웃음을 지으시며 맞이해 주셨다. "아주 다른 사람이 됐네. 호호호". 어머니는 그렇게 한참을 놀리셨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가 너무 짧다며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렸다. 짧아진 나의 머리는 왠지 모를 걱정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군대에 가긴 가는구나..". 불과 고등학생때 까지만 해도 군대는 먼 미래의 일 같았다. 하지만 눈을 잠깐 감았다 떠보니 입대 전날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 평생 어린아이일것만 같던 내가 나라를 지키러 가다니. 어머니도 무심코 그것이 믿기지 않으셨는지 계속해서 걱정을 하시고 있었다. 그렇게 저녁 시간이 되자 아버지가 퇴근을 하신 후 집에 들어오셨다. 아버지 역시 나의 머리를 보시곤 한참을 놀리셨다. 참 유쾌한 아버지셨기에 나 역시 재밌게 받아드렸다. 

 

저녁 7시가 되었고 어머니는 또다시 진수성찬을 차리셨다. 식탁에 자리가 남아나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의 반찬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버지는 군대 선배로써 저녁을 드시면서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하나하나 새겨듣고 기억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던 와중 어머니의 표정이 갑자기 안 좋아지시더니 화장실로 향하셨다. 몇 분 후 돌아오신 어머니의 얼굴을 보니 울고 오신 것만 같았다. 평소에 용감하시고 나서는 것을 좋아하셨던 우리 어머니의 눈물을 처음으로 목격한 순간이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 역시 "아들, 가서 잘하고 오렴"이라 하시며 나의 어깨를 툭툭 치셨다. 평소에 간지러운 말을 잘 못하시는 우리 아버지였기에 그 한마디가 두 배의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우리는 눈물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마쳤다.

 

지금 시각은 밤 11시, 내일 일찍 일어나서 입대 준비를 해야 하기에 다들 일찍부터 잠을 잘 준비를 하고있다. 나 역시 방으로 들어와 한동안은 쓰지 못할 마지막 일기를 쓰고 있다. 대한민국 남성 모두가 다녀오는 군대인만큼 아들이 있는 모든 가정이 겪어야 하는 잠깐의 이별이지만 이토록 마음이 아플 수가 있을까 싶다. 평생을 가족과 함께 살아온 나이기에 더욱더 아픔이 가시질 않았다. 한편으로는 남아있는 가족이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한 남자로서 반드시 군대에 가서 더욱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더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아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서, 그리고 나라를 위해서.

 

 

작가의 말:

"오늘은 모든 남성분들이 겪으시는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았습니다. 다들 입대 전날만 되면 평생을 모르고 살아왔던 부모님 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할 나위 없이 느끼게 된다고 하시더군요. 부모님 입장에서도 아들을 군대에 보낼 때만큼 걱정스럽고 마음이 아플때가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더 느끼게 만들어 주는 상황들은 항상 찰나의 이별의 순간에 맞이할 때가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분들, 비록 이별이라곤 하지만 잠깐의 성장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시며 나라를 멋지게 지켜주시다가 더욱더 듬직한 모습이 되어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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