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제목: “지구 반대편에서”
날짜: 2023년 10월 4일
주인공 소개:
- 이름: 권유현
- 나이: 17세
- 가족: 어머니와 아버지
- 학교: 뉴질랜드의 한 고등학교
- 소원: 성공적인 유학 생활 보내기
일기 내용:
맑은 공기가 내 코끝에 스며들었다. 눈을 떠보니 화창한 햇살이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10월 초, 이제 막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되어 한창 날씨가 좋아지는 때이다. 물론 한국은 한창 가을의 쌀쌀한 공기를 맞이하고 있겠지만 나는 뉴질랜드의 한인 유학생이다. 10개월 전, 한국에서 중학교를 막 졸업하고 부모님의 권유로 뉴질랜드의 고등학교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나 역시 가족을 떠나 홀로 지내본 적이 없었기에 조금은 겁도 나긴 했지만, 동시에 외국에서의 학교생활이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가족과 잠시 작별하고 이곳에 와있다. 아침에 맞이하는 뉴질랜드만의 깨끗하고 맑은 공기는 한국에서의 아침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오늘도 나는 일어나자마자 잠시 집 앞 정원에 나와 한없이 자연의 묘미를 즐겼다. "우리 엄마 아빠도 이 공기를 맡으시면 참 좋아하실 텐데.." 항상 아침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계속 이런 생각을 할수록 가족이 그리워지기 마련이었기에 오늘도 재빠르게 감정을 붙잡고 등교할 준비를 하였다.
오전 8시 30분, 헐레벌떡 뛰다 보니 벌써 학교 앞에 도착해 있었다. 한국만큼 지각에 크게 엄격하진 않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뉴질랜드에서의 학교생활은 한국과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르다. 물론 한국의 고등학교에 입학해보진 않았지만 듣기만 해도 참 어지럽지 않은가? 뉴질랜드의 고등학교는 나름 자유롭기도 하면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아니, 학교를 떠나서 나라 자체가 참 여유롭다. 성격이 급한 한국인으로 가끔은 이런 여유로움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천천히 살아서 나쁠 건 없으니까 크게 상관은 없다. 그렇게 오늘도 반으로 들어가서 아침 수업을 진행했다. 뉴질랜드의 고등학교 시스템은 한국과 달리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과목에 따라 학생이 직접 반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들으러 가곤 한다. 오늘의 첫 수업은 화학이었다. 화학이란 과목은 한국어로 들어도 못 알아들을 것 같은데 영어로 들으니 20배는 더 어려운 것 같다. 오늘도 결국엔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채 눈만 휘둥그레 뜨다가 나와버렸다.
두 번째 수업은 바로 영어였다. 나에게 어찌 보면 가장 초고난이도의 과목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노력하는 과목이기도 하다. 반에 들어서자마자 나의 중국인 친구 알렉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뉴질랜드는 다국적 나라인 만큼 여러 인종이 있다. 알렉스처럼 중국인 친구들도 많고, 인도, 동남아 등등, 그리고 심지어 현지의 마오리 학생들도 많이 있다. 여러 인종의 친구들을 접하고 만나는 것은 특별하면서 지루하지 않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문화에 대해 배우는 것이 조금은 헷갈리기도 한다. 한국에선 외국인을 보는 게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곳은 정말이지 위 아 더 월드다. 그렇게 나의 영어 수업 메이트인 알렉스와 자리에 앉아 잠시 수다를 떨다 수업에 집중하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나에겐 쉽지 않은 과목이지만 확실히 연초에 비하면 나의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 느껴지곤 한다. 처음에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다. 사람들이 언어를 배울 때는 입보다 귀가 먼저 뚫린다고 하는데 참으로 맞는 말이다. 나도 어휘력만 조금 더 늘면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 등교한지 몇 시간이 되었을까,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들과 바닥에 둘러앉아 각자 싸 온 점심을 먹었다. 이 나라엔 대부분 급식이 없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직접 음식을 싸 오곤 한다. 한국에서는 점심때마다 든든하게 밥을 챙겨 먹곤 하는데 이 나라에선 밥을 챙겨오는 학생은 흔하지 않다. 대부분 빵, 또는 간단한 간식같은 느낌이다. 한국인은 밥심이라지만 나도 차마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이 나라의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은 뒤 우리는 필드로 나가 럭비를 하였다. 뉴질랜드의 대표 스포츠인 럭비는 체격이 작으면 참 불리하다. 나는 한국에서도 체격이 큰 편은 아니었기에 뉴질랜드 친구들 앞에서는 한없이 귀여운 강아지가 되었다. 럭비를 처음 배울 때만 해도 친구들과 부딪히면 저 멀리 떨어져 나가곤 했는데, 나름 요령이 생긴 것인지 이제는 요리 조리 잘 피해 다니며 득점을 하곤 한다. 그렇게 열심히 럭비를 하던 도중, 조금은 욕심을 내어 상대편의 두 친구를 뚫고 지나갈 생각이었다. 한 영화의 주인공 마냥 멋있는 척을 하며 달리던 도중 나는 앞에 있던 상대편과 쾅! 하고 부딪히고야 말았다.
한시간 쯤 지났을까, 나는 학교의 보건실에 누워있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기에 병원에 갈 필요는 없었지만 다리에는 큰 상처가 나있었다. 살짝 아프기도 했지만 헛웃음이 나기도했다. 내가 진정으로 이 나라에 잘 적응을 하고 있긴 한가보다.. 싶으면서도 이 사실을 한국에 계신 부모님에게 말씀을 드리면 걱정을 끼쳐드릴 것만 같았다. 부모님 입장에선 혹시나 친구와 싸운 것은 아닌지, 의심할만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간단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재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집의 주인이신 닉 아저씨의 부부는 내 다리를 보고는 깜짝 놀라셨다. 하지만 금새 이 곳에서는 원래 이러면서 노는 것이라며 다독여주곤 하셨다. 참 상냥한 부부시다. 뉴질랜드의 사람들을 놀랍도록 착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타지에서 조금이라도 덜 외롭게 보낼 수 있는 나이지만 가끔은 고향이 생각나기도, 또는 가족이 그립기도 한 것은 어쩔 수 가 없다.
밤이 되자 나는 오랜만에 부모님에게 전화를 드리기로 했다. 그렇게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집에 들어오셨을 시간대에 맞춰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속 부모님의 목소리는 참으로 정겨웠다. 같이 있을때는 몰랐는데 떨어져보니 더 보고싶은 것 같다.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 주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설명하였다. 하지만 차마 오늘 다친 일에 대해서는 말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괜스레 걱정 하실까봐 말씀 드리고 싶지가 않았다. 유학을 보낸 부모님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좋은 것만 말씀드리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나였다면 아프다고 투정부터 부렸을 테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보니 철도 조금은 더 빨리 드는 것만 같다. 그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다음 주에 또 연락 드리겠다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지구 반대편의 있는 우리 가족이지만 마음만큼은 항상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하나도 외롭지 않다. 꼭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공한 다음, 유학을 보내주신 우리 부모님에게 반드시 크게 보답할 것이다.
작가의 말
"오늘의 가상일기로 유학생에 심정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유학을 보낸다는 것은 부모님의 입장에서도 크나큰 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식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유학을 보내시곤 하지만 그만큼 떨어져 지내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이 사실이죠. 혹시나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중에 유학을 하고 계시거나 유학을 해보신 여러분은 크게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 계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유학을 하면 할 수록 가실 생각을 하지 않죠. 혹시 유학생이 아니시더라도 부모님에게 연락이 뜸하진 않으셨나요? 부모님이 살아가시면서 가장 반기시고 기다리시는 것은 자식의 연락입니다! 오늘은 꼭 안부문자 전해주세요. 오늘도 가상일기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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