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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마음만큼은 청춘

by 묘운 작가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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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가상일기

 
일기 제목: “마음만큼은 청춘
날짜: 2023년 9월 19일
주인공 소개:

  • 이름: 이혜경
  • 나이: 35세
  • 직장: 대기업 드림 전자
  • 가족: 60대의 아버지와 어머니
  • 소원: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

일기 내용:
 

피곤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어둑한 방에 울려퍼졌다. 아침 7시가 되었지만, 여전히 내 피로도는 극에 달해있었다. 벌써 대기업 10년 차가 된 나는 이제서야 조금은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지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은 신입사원일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문자 알람 소리가 적적한 집에 울려 퍼졌다. 문자를 확인해 보니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웃긴 유튜브 클립 영상을 보내신 것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나에게 사소한 문자를 자주 보내시곤 한다. 나도 우리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사소한 문자라도 최대한 맞장구를 쳐 드리곤 한다. 그러시곤 항상 오늘도 화이팅하고 출근하시라며 대화의 끝맺음을 맺곤 하신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아버지의 응원을 받아 힘을 내어 집을 나섰다.
 

오늘도 역시 출근길은 지옥 그 자체였다. 좀비마냥 힘 빠진 채로 걸어 다니는 거리의 영혼들은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지하철에 탑승한 뒤 구석 한켠에 서서 자리를 잡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한 지하철역에서 경비복을 입으신 한 어르신이 탑승하였다. 한눈에 봐도 나이가 드신 어르신이었다. 우리 아버지 역시 경비원을 하시기에 왠지 모르게 애잔하면서도 아버지 생각이 났다. 이제야 생활이 여유로워지면서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는 상황이 되었지만, 우리 아버지는 아직까지도 경비를 하시며 돈을 벌고 계셨다. 자식이 주는 용돈은 차곡차곡 모아만 두시겠다며 하시곤 여전히 출근을 하셨다. 지하철에서 뵌 어르신 역시도 우리 아버지처럼 경비원이신 것 같았으며 이 시간이 되어서야 퇴근을 하시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출근할때 밤새 계속 일하시다가 이제서야 퇴근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아졌다.
 

그렇게 몇 정거장이 더 지났을까, 앞에 계시던 어르신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간신히 서계시고 있었다. 지옥의 출근길인 만큼 자리 앞에서는 한 치의 양보는 없는 모양이다. 마음 같아서는 앞에 앉아있던 젊은 학생에게 자리를 내어드리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요새 흔히 말하는 ‘꼰대”같아 보일 것 같아서 차마 하지 못했다. 어르신은 다리가 많이 불편하신지 맞은편 벽에 기대어 힘들게 서 계시고 있었다. 눈이 계속해서 감기시는 것을 보니 충분한 수면 역시도 취하시지 못한 듯 보였다. 우리 아버지도 평소에 저렇게 출퇴근을 하시겠지..? 하는 생각이 들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해졌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인 어르신은 그 무엇보다도 작아 보이셨다.
 

내 직장에 거의 다 와 갔을 때쯤에야 내 옆자리에 자리가 났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앉고 싶었지만, 문득 반대편에 계신 어르신 생각이 났다. 그렇게 나는 어르신에게 다가가 저 자리에 앉으시라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어르신은 손사래를 치시며 괜찮다 하시며 젊은이가 가서 앉으라고 하셨다. “저는 어차피 곧 내려야 해서 괜찮아요. 많이 피곤해보이시는데 가서 편하게 앉으세요.” 나는 애잔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제서야 어르신은 웃으시며 자리에 착석하셨다. 그러시곤 이렇게 얘기하셨다. “마음만큼은 청춘인데 몸이 잘 안 따라주네. 고마워요. 젊은이.” 그렇게 자리에 착석하신 어르신은 곧바로 잠에 드셨다. 가방을 받침대 삼아 꾹 안고 윗부분에 턱을 살짝 기대어 잠에 드신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 보였다. 분명 이분도 누군가에겐 듬직하셨던 아버지이자 남편이실 텐데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게 자는 직장의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했고 마지막으로 어르신을 확인하고 내렸다.
 

그렇게 기나긴 직장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하지만 오늘 직장에서는 왠지 모르게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출근길에서 본 어르신이 보니 우리 아버지가 많이 생각나서인 것 같다. 생각해 보니 한 번도 아버지의 직장에 놀러 가본 적도, 또는 오늘 하루는 어떠셨는지 물어봤던 기억조차도 없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항상 아침에 날 생각하시며 사소하게 문자로 말을 거시곤 하는데.. 나는 한 번도 그럴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시고 쉬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고집이 세신 우리 부모님을 말릴 수 없을 것이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마음이 더 아파졌다. 한 없이 듬직하게 느껴졌던 우리 아버지도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 없이 작은 어르신처럼 보이겠지.. 그렇게 나는 퇴근 직전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단체 채팅방에 문자를 보냈다. “오늘 본가 좀 오랜만에 들릴까? 맛있는 거 사 갈게~”
 

오후 7시 반, 집에 들어서자 온 가족이 나를 환영해 주셨다. 아버지는 오늘도 역시 딱히 반갑지는 않으신 척 하시면서도 툭툭 장난을 거시곤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간 만에 가족끼리 간단하게 술을 마셨다. 아버지의 거칠어진 손은 예전보다 현저히 작아보였다. 몇 시간 후, 아버지는 내일 오전에 일찍 출근하셔야 한다며 먼저 잠에 드셨다. 그렇게 어머니와 단 둘이 남은 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일을 하시면서 힘드신 부분은 없으신지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사실 아버지의 몸이 예전 같지 않으시다며 일을 조금씩 줄이고 계시고 있다고 말하셨다.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조금은 쉬고 계신다는 말에 살짝은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마음만큼은 청춘이라고 하시더라”. 어머니가 전해주신 아버지의 한마디는 아침에 본 어르신을 연상케 했다. 우리나라의 모든 아버님들의 마음만큼은 청춘이시구나..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잘 주무시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자취방으로 향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모든 아버지의 젊으신 마음은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것 같다.
 
 
작가의 말:
“일곱 번째 가상 일기로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2~30대의 여러분은 하루하루가 갈 수록 작아져만 가는 아버지를 느끼곤 하시나요. 예전에는 가장 듬직하면서도 편안한 아버지의 어깨였는데 말이죠. 하지만 모든 아버지들의 청춘은 영원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들의 마음은 여전히 젊고 아름답죠. 그 마음의 화살은 항상 자식을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항상 건강하고 편안하길 바라시면서 말이죠. 오늘도 출근을 나서며 꼭 우리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많은 어르신들을 마주하게 되면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어르신들의 마음은 아직 청춘이니까요. 오늘도 가상 일기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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