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가상 일기
일기 제목: “열 부럽지 않은 하나”
날짜: 2023년 9월 17일
주인공 소개:
- 이름: 안조은
- 나이: 17세
- 학교: 시름 고등학교
- 취미: 글 쓰기
- 소원: 나와 잘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일기 내용: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아침이 오고야 말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아침 7시 30분이었다. 오늘도 지각이군.. 그토록 바랬던 주말이 벌써 지나가고 마의 월요일 아침이 벌써 오고야 만 것이었다. 17년 인생을 살면서 학교가 즐거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부터는 상황은 최악이 되어버렸다. 이번 학교에서는 안그래도 별로 없었던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고 겁이 많았던 나는 친구 사귀기에 참 소질이 없었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려 해본 적도, 또는 나에게 다가오려 해본 적도 한 번도 없었다. 튀지 않는 외모에 경계심 가득해 보이는 나와 과연 누가 친구를 하고 싶을까.. 나도 안다.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걸 정말 잘 알지만 이게 나인 걸 어떡하겠나 싶다. 그렇게 등교 준비를 마친 채 오늘도 나는 혼자만의 싸움을 하러 지옥 같은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불편한 공기가 나의 살과 부딪혔다. 여러 학생은 아침 수업이 시작되기전 각자의 무리끼리 한 자리에 모여 재미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여러 학생들을 지나쳐 텅 빈 나만의 자리에 착석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 반의 유령이 되어 외톨이의 아침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학교 종이 올리고 하나둘 자리에 착석하기 시작했다. 나의 옆자리에도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윤경이가 착석했다. 윤경이는 우리 반의 부반장이며 대외 활동을 참 열심히 하는 활발한 친구였다. 친구도 많았지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쉬는 시간에는 독서에 매진 하는, 한마디로 우등 학생이었다. 저 친구랑은 절대로 친해질 일은 없겠군.. 그렇게 기나긴 아침 수업이 진행되었다.

아침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난 후 드디어 꿀 같은 쉬는 시간이 다가왔다. 학생들은 하나 둘 씩 매점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지만, 나는 오늘도 자리에 꿀이라도 발라 놓은 듯 가만히 앉아 공책을 폈다. 나의 유일한 취미는 시 쓰기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은 채 조용히 시를 쓸 생각이었다. 그렇게 연필을 끄적끄적 거리며 내 시에 들어갈 만한 좋은 단어들을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평소에 독서만 하던 옆자리 윤경이가 나의 공책을 슬쩍 보더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 시 쓰는 거구나?” 윤경이가 나에게 물어보자 나는 당황하며 얼버무리다가 취미로 쓰는 것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자 윤경이는 해 맑은 미소를 보이며 본인의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시집을 읽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그녀는 나에게 양해를 구한 후 내가 적은 시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보았다.

나의 시를 읽어 본 윤경이는 감탄 섞인 미소를 보이며 나에게 대단하다고 극찬을 해주었다. 경계심이 많은 나는 어떠한 반응이 가식적인지 또는 진심인지 구별하는 것에 특출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윤경이의 반응이 진심 어린 반응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초롱초롱해진 윤경이의 눈은 나를 향하며 앞으로 서로의 취미를 공유해 보자고 하였다. “읽을 만한 시집은 다 읽어봤는데 내 옆자리에도 이렇게나 좋은 시인이 있을 줄이야!” 그렇게 윤경이는 나에게 시 작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시집 두 권을 나에게 빌려주었다. 여기서 나는 처음으로 친구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생겼다. 시라는 공통된 취미로 처음으로 대화가 시작된 우리 둘은 하나 둘 씩 다른 주제로 넘어가며 생각보다 서로가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누군가와 이렇게 대화를 하게 될 줄이야.. 그렇게 우리는 하교 후 카페 약속을 잡으며 다시 수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오후가 되고 우리 반 학생들은 하나 둘 씩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윤경이는 활기찬 웃음과 함께 어서 우리도 나가자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우리는 곧바로 가까운 카페로 향했고 서로가 가진 취미와 생각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나와는 정반대일것이라고 생각했던 윤경이는 생각보다 나와 많이 닮아있었다. 단, 서로가 그것을 진작에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열렬한 토론과 수다의 장에 빠져버렸다. 저녁이 되고 나서야 집으로 향할 준비를 하게 된 우리는 아쉬움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떡볶이 콜?”이라는 윤경이의 한 마디에 나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내가 떡볶이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아가지고 .. 아 물론 떡볶이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다만.. 나는 윤경이에게 떡볶이 맛집을 소개해 준다며 내가 항상 혼자 가던 떡볶이집으로 향했다. 떡볶이집에 도착한 후 우리는 짐을 풀고 꼬르륵거리는 배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떡볶이집 아주머니는 매번 혼자서 오던 내가 누군가와 같이 온 게 신기했는지 떡볶이를 내어주시며 인자한 미소로 우리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윤경이는 “친한 친구인데 맛있는 집 소개시켜준다고 해서 와봤어요!” 라고 말했다. 기분이 참 이상했다.

그렇게 우리는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다른 날들과 달리 갑작스레 밝아진 모습을 한 채로 들어온 나를 본 어머니는 뭐 하다가 이제서야 들어왔냐며 짖궃게 물어보셨다. 그러자 나는 “친구랑 놀다가요~” 라고 힘 차게 말했다. 어머니는 미소를 띠시며 나중에 배고파지면 먹으라며 식탁 위에 간단한 반찬을 준비해 주셨다. 그렇게 자정이 되고 현재 일기를 쓰고 있다. 오늘은 나의 학교생활에 큰 전환점이 생긴 날인 것 같다. 나에게는 평생 없을 것만 같던 학교에서의 ‘친구’가 생긴 날이었다. 비록 아직은 윤경이 한 명뿐이지만 열 부럽지 않은 하나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친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만큼 좋았다. 평소 같았으면 지금처럼 늦은 시간에도 내일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워 늦게까지 잠을 청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만큼은 내일 아침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래도 이 일기까지만 쓰고 서둘러 잠을 청하러 가야 할 것만 같다. 나에게도 드디어 학교생활의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작가의 말:
“여섯 번째 가상 일기로 한 내성적인 고등학생의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세상엔 활동적인 사람들도 있는 반면, 아주 내성적인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죠. 단 한 사람의 성향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또는 나쁜 사람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와는 정 반대라고 보여졌던 사람이 오히려 서로에게 활력소가 되어 가장 잘 맞는 친구가 되곤 하죠.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또는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도 있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열 명이라고 해도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좋은 활력소가 됩니다. 여러분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있으신가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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