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소년이 어른이 되는 과정

묘운 작가 2023. 10. 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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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제목: “소년이 어른이 되는 과정
날짜: 2023년 10월 8일
주인공 소개:

  • 이름: 신도혁
  • 나이: 19세
  • 가족: 어머니와 아버지
  • 학교: 비행 고등학교
  • 소원: 자유로운 삶을 살기

 

일기 내용:

 

진득한 담배 연기에 눈을 뜬 시각은 아침 11시였다. 방 안을 가득 메운 담배 냄새는 현재의 나의 일상을 명백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가출을 한 지 어느덧 3주째, 나는 여럿의 가출 소년들과 함께 이곳에 살고 있다. 가족의 품을 떠난 우리는 이곳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고 있었다. "일어나 빨리. 피씨방 가야지."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친구가 나에게 어서 놀러 나가자며 재촉하였다. "바로 고". 나는 일어나서 제대로 씻지도, 무엇을 먹지도 않은 채 게임을 하러 집을 나섰다. 이 자유로운 세상을 마음껏 만끽하러 나가는 우리의 모습은 세상 비장했다.

 

올해 19살인 나는 인생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야 하는 고3이다. 하지만 나에게 공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공부에 하나도 소질이 없던 나인데 이 소중한 10대의 마지막을 공부에 투자해야 하는 사실이 끔찍하게 싫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간섭은 나날이 늘어나만 갔고 나의 성적에 대한 압박감은 더욱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3주 전 새벽, 조용히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나의 인생이 부모님의 선택과 간섭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너무나도 싫었기에 집을 나서는 그 순간만큼은 마치 지옥에서 탈출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을 나와 나는 나와 비슷한 여러 소년들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는 방을 다 같이 구하여 생활하고 있었다. 나에겐 꿈만 같은 현재였다. 결국 3주는 빠르게 흘러갔고 우리는 오늘도 우리의 자유를 만끽하러 피씨방에 나와 있었다.

얼마나 게임을 하였을까, 시간을 보니 어느새 오후 3시가 되어있었다. 조금씩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 우리는 피씨방에서 음식을 시키기로 했다. 그렇게 여러 음식을 주문한 뒤 알바생이 결제를 도우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알바생이 도착하고 우리는 결제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제서야 알아챘다. 우리는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았었다. 더 이상의 부모님의 지원도, 또는 애초에 가지고 있었던 있던 돈도 없었던 우리는 약간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인원의 식비와 집세를 마련하기엔 턱없이도 부족한 돈이었다. 그럼에도 미련했던 우리는 자유로운 생활에 모든 정신을 맡기며 여러 음식과 놀거리에 돈을 쓰고 있었다. 결국 한계가 온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피씨방을 빠져나왔다.

 

"우리 다시 돈 좀 모아야겠는데..". 한 친구가 힘아리 없는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가출을 하게 되면 마냥 자유롭고 즐겁기만 할 것 같았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험난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한순간이었다. 예전에는 따듯한 지붕 아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해야하는 점과 부모님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 점이 너무나도 귀찮았다. 하지만 가출을 한 현재는 생사가 달려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세상의 벽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번 주까지 각자 어느 정도의 돈을 마련해보기로 결정하고 알바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나는 일단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며 일자리가 있을지 알아보기로 하였다. 더 이상 정겨워 보이지 않는 동네의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 다니며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보았지만, 현재의 우리 상황은 여러 가게들에게 받아들여지기엔 쉽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인생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걸었던 나는 잠시 골목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바로 옆에서 귀에 익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귀를 기울여 보니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의 행적을 찾고 있는 듯 보였다. "우리 아들인데.. 실종 신고를 했는데도 찾아지지가 않아서요". 우리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떨려오던 그 목소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었지만, 현재 나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었다. 그동안 밉고 원망스럽게만 들려오던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는 현재의 나에게는 너무 그리워진 목소리였다. 현실의 벽을 마주하고 있던 나로서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나의 눈에서는 눈물인지 땀인지도 모를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고 나는 뒷걸음을 치며 일단은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자취방에 돌아온 나는 한 없이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내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며 살아온 것 같은 느낌에 큰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동안 내가 느껴왔던 부모님의 간섭은 모두 나에 대한 관심이란 것을 깨닫게 된 오늘 밤이었다. 나를 그만큼 사랑하시고 걱정하시기에 그래오셨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다. 현실의 벽은 아직은 어린 나에겐 너무나도 높았다. 그런 나를 도와주시기 위해 그동안 부모님의 해오셨던 노력을 더이상은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렇게 친구들에게 나의 생각을 나눈 뒤 그동안 즐거웠다는 말을 전하며 방을 나섰다. 현재 시간은 10시 30분, 부모님이 주무시기 전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버스에 탑승하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그동안 몰라봤던 정겨움과 추억들이 맞이해 주고 있었다. 현재 버스 안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 나는 가출을 경험한 아직은 철없는 19살 소년이다. 하지만 이 또한 소년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부모님의 곁으로 돌아가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위하여.

 

 

작가의 말:

"오늘은 한 가출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수능과 강도 높은 공부로 인해 한국의 고3 학생들은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는 하죠. 그리고 결국엔 가출 또는 비행 청소년으로도 이어지곤 합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경쟁으로 인하여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지만, 꼭 기억해 주셔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곁에는 본인을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점을요. 가끔은 귀찮기도, 또는 싫증이 나기도 할 수 있는 부모님의 잔소리이지만 모두 사랑과 관심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가족의 소중함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소중한 것입니다. 오늘도 가상 일기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